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드라마 산업의 퇴행적 관행
최근 tvN과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이 여배우들의 노출 장면을 둘러싼 논란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는 한 드라마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드라마 산업 전반에 만연한 여성 상품화와 윤리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1. 협의는 있었지만 윤리는 없었다
제작사 측은 노출 장면에 대해 "소속사 및 각 배우별로 협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윤리적 문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관행이 업계에서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배우들이 촬영 전 콘티 단계에서야 노출 수위를 알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소속사가 편집을 요구했음에도 제작진이 이를 무시했다는 점은 '협의'의 실체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권력 관계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 딥페이크와 다를 바 없는 CG 합성
더욱 충격적인 것은 대역 배우의 노출 장면에 주연 배우의 얼굴을 합성했다는 점이다.
제작사는 이를 단순히 "CG가 사용됐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딥페이크 기술과 다를 바 없다.
딥페이크 기술이 성범죄와 성착취물 제작에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제작 방식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배우의 동의 하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는 여성의 신체를 마치 조립식 인형처럼 취급하는 비윤리적 행위다.
3. 시청률을 위해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관행
'원경'의 사례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드라마 산업의 오래된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
OTT 플랫폼 진출을 위해 노출 수위를 높이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결국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사극에서 이러한 선정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작품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원경왕후의 삶과 업적을 조명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4. 변화는 가능한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산업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배우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촬영 전 충분한 사전 협의: 노출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배우와 소속사에 충분히 고지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배우의 의사 존중: 편집이나 삭제 요청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배우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 CG 합성 기술의 윤리적 사용: 배우의 얼굴을 다른 신체에 합성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 반영: 여성을 단순히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평등한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한 노력
'원경' 사태는 한국 드라마 산업이 여전히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윤리적 문제를 간과하는 이러한 행태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제작자, 방송사, 배우, 그리고 시청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에 현혹되지 않고, 작품의 본질과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여성을 존중하고 평등한 시각을 담은 작품을 지지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원경'의 사례가 한국 드라마 산업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여성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드라마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